괜찮아, 봄은 다시 오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마 3,4월은 벚꽃, 진달래, 개나리 모든 색색깔의 꽃이 만발하는 화려한 봄이에요.매일 걷던 똑같은 길도 새롭고, 예쁘게 보이죠.세상을 알록달록하게 꾸몄던 꽃들이 질 때면 사람들은 봄이 가는 걸 아쉬워해요.때마침 빼꼼히 피어나는 연녹색 새싹들의 풀내음과 어우러지는 아카시아 꽃향은 위로 같아요.‘괜찮아, 봄은 다시 오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마’ 하는..5월, 아카시아 꽃은 하얗고 잔잔하게 피면서 마지막 봄의 향기를 선물하지요.그래서 엄마는 아카시아를 좋아했고 늦은 봄을 좋아했어요. 5월마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 생신을 맞아 합천으로 가곤 했어요.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은 단순하게 일자로 쭉 뻗은 고속도로였고 어린시절 갖고 놀 것도 없던 저에게 차 안은 너무 지루했어요. "엄마 100까지 다 세었는데 얼마나 더 세면 할머니댁 나와?" "에이..너가 너무 빨리 세버렸어 천천히 100까지만 다시 세어봐" "아휴.." 내맘을 알기라도 하듯이 도로는 차로 꽉 차있었어요.창밖을 구경해봐도 같은 차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길가의 풍경은 움직이지 않는 것 처럼 똑같았어요.잠도 오지않고 심심할 때 쯤 나타나는 아카시아 군락이 있었는데 근처를 지날 때 마다 재빨리 창문을 열어주는 엄마가 좋았어요.엄마는 고속도로에서 창문을 열면 전부 매연이라고 했지만 아카시아 나무가 보일때면 누구보다 빨리 창문을 열곤했죠.잠깐이지만 차 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아카시아 향은 부드럽고 달콤했어요.시원한 바람을 타고 오는 꽃 향기는 있던 멀미도 싹 가시게 해줬고,한껏 상기되어 바람을 쐬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나도 신이 났어요.아카시아 꽃향을 맡으면 그때의 행복한 기억이 항상 떠올라요.사랑하는 가족과 한 공간에서 같은 향기를 맡았던 기억이요.누군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함께 설레었던 느낌이요.